한국 어업 유산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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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어업 유산의 가치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19.11.1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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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족해협 죽방렴의 제작 과정

죽방렴은 바다에 설치하는 작업인 만큼 제작과 보수 작업이 매우 어려우며 특별한 공정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에는 설비에 필요한 자재도 옛날과 많은 차이를 보이기도 하는데 조성되는 과정과 오늘날의 조성 형태를 살펴보면 죽방렴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다. 또 죽방렴 작업을 통해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살피고 주민들의 협동하는 모습도 그려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죽방렴의 대발은 휴어기인 겨울에 제작해 음력 정월 보름경에 대발 갈기를 하며, 발의 수명은 1년 정도였다. 지금은 그물만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전에는 남해군에 자생하는 대나무나 인근의 사천시나 진주에서 구입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족해협의 죽방렴은 대부분 대발과 그물을 혼용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죽방렴은 개인 소유의 생계형 어로·어법이지만 말목을 세울 때는 많은 사람과 큰 힘을 필요로 한다. 큰 말목을 배에 실어 날라야 하며 말목 수백 개를 빠른 조류 속에서 고정시키는 작업은 몇몇 가족들만의 소수 노동으로는 엄두를 내기 어렵다.

바다에서 배를 타고 수면 위에서 해야 하는 작업인 만큼 제작 초에는 작은 조류에도 떠내려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배가 움직이지 않도록 한 사람은 노를 계속 젓거나 장대나 무거운 닻을 내려서 배를 고정시키고 한 사람은 말목을 잡아주고 또 한 사람은 망치질을 한다. 물론 죽방렴 말목이 몇 개 세워졌을 때에는 말목에 동아줄로 배를 묶어 작업을 한다. 새로운 말목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말목을 실어 나르는 사람, 배를 고정하는 사람, 말목을 잡아주는 사람, 메질을 하는 사람 등 최소한 장정 5~6명이 필요했다.

부친이 경영한 죽방렴을 40여 년간 지켜봤던 빈모 씨는 “죽방렴 제작에는 많은 노동력과 일꾼이 필요했다. 특히 고도의 숙련공이 필요했다. 소규모로 보수할 때는 온 가족이 매달려 작업했지만 어장 설치를 하기 전 큰 보수를 할 때는 죽방렴을 운영하는 어장주들이 공동으로 두레를 형성하거나 품앗이로써 협동 노동 형태로 일을 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말목의 재료로는 소나무와 참나무를 썼다. 심한 해일이나 조류에 밀려 유실되지만 않는다면 소나무 말목의 수명은 2~3년이 됐고, 참나무 말목의 수명은 10여 년을 넘었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참나무를 주재료로 많이 썼다. 그렇지만 참나무라고 할지라도 바닷속에서 10년 이상을 지탱할 수는 없다. 참나무 말목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6~7년을 지탱한 말목은 다양한 해조류가 부착하거나 바닷물에 부식돼가기 때문에 해마다 조금씩 새로운 말목으로 교체해줬고, 교체한 말목으로는 말목과 말목을 가로로 이어주는 띠목으로 이용했다.

참나무는 삼동면과 창선면 인근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목이 아니었기 때문에 죽방렴 어장주들은 참나무 말목을 공동으로 구매할 필요가 있었다. 지족해협에 위치한 어장주들은 굵고 기다란 참나무 성목을 주로 써야 했으며, 공동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재목의 수량도 많았으므로 남해군내에서도 참나무를 구할 수 있는 삼동면 내산리와 봉화리 등지에서 나무를 구하기도 했지만 남해군을 벗어나 전남 구례와 지리산 일대 산지를 임차해 필요한 참나무 재목을 구해 사용하기도 했다.

3대째 죽방렴을 운영해오고 있는 김모 씨는 “남해군에서는 참나무를 대량으로 구하기가 어려웠고 전라도의 임금이 쌌기 때문이다. 어장을 철거한 뒤 휴어기인 겨울철에 다른 어장주들과 함께 참나무를 벌채해 수송해왔고 이를 어장막에 말려뒀다가 말목으로 이용했다”고 말한다.

<자료 제공=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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