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 신산업 혁신전략에서 실종된 수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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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 신산업 혁신전략에서 실종된 수산업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19.10.1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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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지난 10일 충남도청에서 해양수산 신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11조 원 창출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직접 발표한 혁신 전략은 해양부국을 실현하겠다는 목표 아래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바다는 우리의 미래이며, 바다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에너지, 환경, 관광, 해양치유, 해양바이오, 극지 연구에 이르기까지 해양 신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가 매년 8.5%씩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양생물 다양성 세계 1위에 빛나는 해양자원이 있으며 해양바이오, 해양에너지 관련 신산업 역량도 풍부하다”며 “정부는 이러한 역량들을 모아 ‘해양수산 신산업 혁신전략’으로 글로벌 해양부국을 실현해내겠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주력산업의 경쟁력도 이미 세계 수준에 있어 해양수산 신산업 선도국가로 도약할 잠재력이 있다고 혁신전략 수립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해양수산 신산업 혁신전략의 수립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미래 핵심 전략산업이며 해양부국을 실현할 계획이라면 철저한 준비와 검증, 협의가 필수다. 산업별 현안 점검과 해소방안, 공청회와 사업 추진 방향 등에 관한 논의도 해야 한다.


하지만 혁신전략이 발표되기까지 논의나 협의한 흔적이 없다. 매년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어촌뉴딜 300사업과 수산혁신 2030을 추진하는 수산 분야에서는 해양수산 신산업에 대한 용어조차 거론된 적이 없다. 해양수산부 내에서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발표 계획을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주간홍보 계획에도 빠져 있었고 심지어 발표 당일 자료가 배포됐다. 발표 전까지 혁신전략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조차 깜깜했다. 현장의 수산, 어업인들은 혁신전략 발표조차 모를 정도였다.


해양수산부는 해양수산 신산업 분야가 혁신 성장의 원천이라고 발표했지만 현장 어업인들의 관심조차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고기술국 대비 95% 수준의 해양수산 신기술 확보와 20개 오션스타 기업 발굴은 어디서 본 듯한 목표치와 닮아 있다.


해양수산 신산업 육성 혁신전략이 탁상행정의 전형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근사하게 포장된 계획을 발표한 이후에 예산 확보와 법령 제·개정을 추진하고, 관련 업계의 문제 제기나 반응에 따라 계획을 변경하는 모습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는 것이다.


해양수산 신산업 혁신전략은 해양수산부 내의 각종 추진 정책과도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산 분야의 경우 어떤 정책이 실제로 추진될 것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을 정도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참석한 과학기술 관계관 회의에서 데이터 기반 스마트아쿠아팜 4.0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스마트아쿠아팜 4.0은 2030년까지 스마트양식 보급률 50%를 목표로 양식산업 전체 가치사슬을 디지털 데이터로 연결하고 딥러닝을 활용한 양식산업 분야 전방위 기술 혁신, 양식 현장과 연계한 기술 확산, 국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6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4∼5년 단위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산업을 성장·발전시키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며 이것이 신산업이다. 정부도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산을 투입하고 인력과 장비 산업을 육성한다. 그런데 신산업 혁신전략은 이러한 사업과 별개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니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혁신전략의 가장 큰 문제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바다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특정 분야의 새로운 시장 개척에 국한돼 있다는 것이다.


해양수산 신산업 중 5대 핵심 산업은 해양바이오산업, 치유와 관광 등 해양관광산업, 친환경 선박 연관산업, 첨단해양장비산업, 해양에너지산업 등이다. 수산 분야는 없다. 굳이 넣는다면 해양바이오, 해양관광, 첨단장비산업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세부사업 계획에는 언급조차 없다.


해양수산 분야의 핵심인 수산 분야는 스마트 양식 산업 지원 확대와 양식산업 실물펀드 투자 확대 정도만이 포함된 정도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을 모신 자리에서 반쪽짜리 계획을 포장만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해양수산 신산업 혁신전략은 새로운 시장 창출 규모가 11조 원이라고 밝혔다. 수산업의 현재 매출은 67조 원이다. 2030년까지 성장 규모가 37조 원이다. 이것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만 가능한 수치다. 한데 해양과 수산업을 모두 포함한 새로운 산업의 시장 창출 규모를 11조 원으로 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해양 신산업 혁신전략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유사 이래 수산 분야 최대 핵심사업인 수산혁신 2030계획은 2030년까지 매출액 100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어촌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어촌뉴딜 300’도 시작했으며, 수산업 혁신을 위한 ‘수산혁신 2030’도 추진 중이라며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수산업 매출액 100조 원, 어가 소득 8000만 원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해양수산 신산업 혁신전략에 미래 성장동력이랄 수 있는 수산 분야가 실종된 이유가 궁금하다.


해양수산부의 주요 부서를 장악한 해운항만 공무원들이 그들만의 전략을 수립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더욱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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