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_바다
동길산
바다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바다는 물이 있어서 바다가 아니라
소리가 있어서 바다라는 생각이 든다
물이 밀려가고 밀려와서 바다가 아니라
소리가 밀려가고 밀려와서 바다라는 생각이 든다
물 위에 사는 것과 물 아래 사는 것이
소리로 만나는 갯벌
소리는 파도를 타고 밀려가고 밀려오면서
손바닥에 놓고 비벼 대는 뻘처럼
점점 가늘어지고 점점 순해진다
바다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나를 바다에 세운 게
바다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내 속에서 나는 소리라는 생각이 든다
밀려가고 밀려오는 소리가 빠져나가
나를 가늘고 순하게 하려고
소리 밀려오고 밀려가는 바다에
나를 세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동길산 작가는…
부산 출생. 1989년 무크지 <지평>으로 작품 활동. 시집 <바닥은 늘 비어있다>, <무화과 한그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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