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연승 어업인 목소리,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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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연승 어업인 목소리,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 탁희업
  • 승인 2019.08.0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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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근해연승어업인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호응한 결과가 방치, 외면으로 나타나 실망감을 더해주고 있다.

제주도 140여척의 근해연승어선들은 한일어업협정 협상 결과에 따라 일본 근해에서 안정적인 조업을 해 왔다. 하지만 4년여간 협상이 미타결됨에 따라 일본 해역 입어 자체가 막혔다. 하지만 어업인들은 일본과의 협상에서 우리의 요구사항이 관철되도록 적극 협조해 왔다. 4차례 어업협상이 불발로 끝났지만 한번도 정부를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고 참았다.

한일어업협상이 4년간 타결되지 못하는 것은 제주도를 비롯한 갈치잡이 연승 어선의 입어 규모가 쟁점이기 때문에 우리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어업인들은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협상이 불발될 때마다 어업경영이 위기가 닥쳤지만 일본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협상 미타결과 함께 3년간 갈치 어획은 극심한 흉년을 맞았다. 지난 2018년 유례없는 풍작을 경험하기 까지 갈치 연승업계는 고사 직전에 까지 몰리기도 했다.

보통 2∼3일 정도의 일본 근해 조업이 막히면서 수백km 떨어진 동중국해까지 진출했다. 일본 어장을 대체하는 새로운 어장을 어업인 스스로 개척한 것이다.

한번 출어하면 45일정도가 걸린다. 태풍과 파도의 위험성이 몇배 높아졌고, 항해기간도 길어 유류 등 생산원가는 높아졌다. 조업기간이 길다보니 어획된 갈치는 냉동 저장할 수 밖에 없다. 냉동갈치는 생물과 냉장보다는 값이 훨씬 낮다. 생산원가는 높아지고 상품 가격은 낮아져 어업 경영이 더욱 어려워졌다.

특히 높은 파도와 예측할 수 없는 동중국해는 조업어장까지의 이동과 조업 여건이 일본해와 달라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다. 바람과 파도를 막아야 하고 두, 양승 작업시 낚시줄 날림과 낚시 도구 유실을 위한 튼튼한 바람막이 편의시설이 필요했다. 29톤 규모의 근해어선을 대형화할 필요성도 인식하게 됐다.

연승 어업이 시작된 이후 조업편의시설인 바람막이는 관행처럼 허용돼 왔다. 하지만 정부는 어선법 개정을 통해 지난 2017년 5월 1일 이후 신조된 어선에 대해서는 바람막이 시설 등 임의공간 증설을 불허했다. 어선원의 안전과 편의시설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던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단 천막으로 바람막이를 설치하는 것은 허용했다. 그러나 천막은 바람과 파도에 견디지 못해 파손되기 쉽고 어선원 해상 추락의 위험성이 높다.

어업인들의 불만이 높아진 것은 정부의 약속이나 정책이 수시로 바뀐 탓이다. 담당자가 교체되면 약속했던 정책은 아예 무시됐다. 그동안 협의해 왔던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는 행태가 수차례 반복됐다. 조업편의 시설 검사 지침 적용 배제 건의에 대해 담당자들은 검토를 약속했다. 복지공간을 톤수로 포함하는 개정작업을 하면서 편의시설에 대한 검사 지침을 변경해 주겠다는 구도약속이 있었지만 담당자가 바뀌면서 없던 일이 되기 일쑤였다.

해양수산부의 시범사업 계획도 수시로 변경되거나 소리소문없이 중단됐다. 연안어선을 대상으로 톤수를 길이로 전환하는 시범사업도 마찮가지다. 톤수와 병행해 어선 길이를 기준으로 하는 어선등록제도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은 2018년 5월까지 120여척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연안어선에 대한 시범사업이 종료되면 근해어선도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연안어선들이 대형화되면서 근해에 까지 조업에 나서면서 조업구역 분쟁이 가열돼 길이전환 등 어선등록제도 도입은 수면아래로 사라졌다. 동중국해 신어장 진출을 위해 어선 대형화를 기대했던 연승어업인들은 시범사업 참여도 해보지 못하고 말았다.

동중국해 신어장을 개척한 연승 어업인들은 어선의 대형화와 조업편의시설 강화 필요성을 느껴 정부와 국회등에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제도 변경을 요구했다.

조업편의시설의 검사 적용 배제는 국회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법 개정이 아니라 해양수산부의 지침 개정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어선원의 안전과 어선 복원력 등에 대해 자체 용역까지 실시했다.

하지만 정부의 답변은 요지부동이다. 감척되는 어선에서 허가를 구입해 톤수를 늘려라는 원칙만을 고수했다. 현장실사나 간담회 개최도 무용지물이었다. 정부가 지침 개정에 부정적인 이유는 임의공간 증설을 허용할 경우 어선원 복지보다는 어획물을 보관하는 등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의심이라고 어업인들은 주장한다. 어업인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신어장 개척비 지원사업을 실시해 척당 400만원을 유류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정도다.

서로를 믿지 못하니 불만이 고조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한 결과가 나쁠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특히 제주도 연승업계는 정부만 바라보며 4년간을 기다려 왔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중국 어선들이 동중국해 해역에서 우리의 조업을 모방한 조업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어렵게 개척한 신어장을 중국 어선에 점령당할 우려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제주도 근해연승 어업은 지난해와 올해 갈치 어획이 순조롭게 진행돼 그나마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언제까지 어획이 호조를 보일지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어업이 되기위한 조건은 조성해야 한다. 업계의 요구 사항에 대한 진지한 검토는 물론 현장의 목소리를 심도있게 검토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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