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수산물 재해보험, 누구를 위한 제도 개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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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수산물 재해보험, 누구를 위한 제도 개선인가?
  • 탁희업
  • 승인 2019.06.1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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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수산물재해보험 제도 개선으로 어업인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재해발생시 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을 축소하는 대신 양식어가의 자발적인 위험관리 인식 제고를 위해 도입된 양식보험이 오히려 어업인들의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발생한 것이다.


한국전복산업연합회와 전남지역 전복양식협회원들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현장에 맞는 수산물양식보험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 회견을 가졌다.


양식재해보험은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3억원에서 최대 5000만원으로 축소하는 대신 도입됐다. 2008년 제도가 시행된 이후 2018년말 현재 28개품목이 대상이다. 어업인들은 정부 정책에 호응에 품목이 증가될 때마다 가입률이 늘어 44.3%의 가입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책의 성공이면에는 보험금 누적손실이 크게 늘어나 운영사의 부실이 우려되고 참여사가 기피하는 현상도 나오고 있다. 양식재해보험 손해율의 악화는 정부는 물론 민영재보험사의 손익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보험료 인상 및 제도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지난 5월 29일 수협중앙회는 양식수산물재해보험 현안사항 및 제도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올해 보험료를 30% 인상하고 보험 가입 및 보험금 지급심사도 강화했다. 표준입식 기준을 강화해 피해산정시 보험금 지급 비율이 낮아지게 됐으며, 본인 부담률도 높아지게 돼 자연재해발생시 어업인의 부담도 높아지게 된 것이다.


어업인들이 발끈한 이유는 현장의 의견 수렴과정을 거치지 않고 제도가 마련됐으며, 특히 일정 기간의 유예 기간도 없이 기습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부분이다.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경우 현장의 여건도 고려하면서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부나 수협중앙회는 재해보험 제도개편을 위해 어업재해보험 심의위원회를 거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위훤회는 수협과 조합장, 학계만으로 구성돼 생산자들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어업인들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원천봉쇄된 것이다. 위원회 심의라는 형식적인 절차는 거쳤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담겨질 수 없는 심의를 한 것이다.


지난 13일 국회의원까지 나서 어업인 없는 어업인 행정을 규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작년 여름 태풍피해를 입고 올해도 불안에 떨고 있는 어업인들에게 비수를 꽂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기습적인 제도 개편과 확정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지속된 자연재해로 인한 손해율 폭증으로 양식보험사업이 존폐기로에 처해있어 내실있는 운영과 강도 높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보험을 운영하는 수협중앙회는 제도개편 필요성을 누적손해율의 증가를 꼽았다. 지난해말 현재 보험료는 1522억원이지만 보험금은 4388억원으로 누적손해율이 288.3%이며 최근 3년간 3465억원이 지급됐다고 밝혔다. 더 이상의 손실 방지를 위해 보험료를 2배이상 인상하고 보험가입 및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사고 횟수 또는 손해율이 높은 양식어가의 가입을 제한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러한 내용은 ‘전복 생산자들이 태풍만을 기다린다’, ‘정부가 어업인들을 보험사기꾼으로 취급한다’는 소문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라고 어업인들은 주장하고 있다. 전체양식어가의 82%가 가입돼 있는 전복양식업계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실제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했는데 이제는 사기꾼 취급까지 받게 된 것이다.


전남지역 한 양식어업인은 정부가 어업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번 개편에 그대로 담긴 것이라면고 주장했다. 특히 유예기간없이 보험가입 기간에 임박해서 개편된 제도를 실시하는 것도 보험가입자들에게 편법을 동원할 여지를 없애기 위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은 정책보험이다. 정부가 정책수요자들을 보호 육성하기 위한 제도다. 또한 자연재해등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의 조속한 현장 복귀를 위함이다. 때문에 수요자들의 요구 사항을 폭넓게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보험금을 노린 일부의 잘못된 행동이나 행위가 발생할 수 있지만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일반 보험은 개인의 자유의사에 의해 가입과 해지가 가능한다.


그러나 정책보험은 성격과 지원 방식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정책 대상자들에게 특혜가 될 수도 있다. 누적손실액이 늘어난다면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 또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면 가입대상자들이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기회도 부여해야 한다. 자연재해에 대비해 지난 2008년 넙치 한 품종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한 이후 10여년만에 대상품목이 28개로 늘어났다. 현재 양식재해보험을 원하는 품목도 상당수다. 정책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양식재해보험에 대한 어업인들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품목이 확대되고 가입자가 많아지면 지급해야할 보험금이 많아진다. 당연히 누적손실도 늘어날 수 있다. 이럴 경우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의 순기능도 떨어지고 외면받을 수 있다.


전복양식어업인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현실에 맞는 표준입식기준과 보험약관의 재검토와 정책보험심의위원회 참여, 자기부담금 상승분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 보험가입자로서 당연한 요구일 수 있다. 정부는 양식재해보험이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를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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