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감척 기준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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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감척 기준 문제 있다
  • 탁희업
  • 승인 2019.05.2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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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구중형선미(船尾)트롤협회 협회장 박위자

 

해양수산부는 2019년 4월 ‘제2차 연근해어업 구조개선 기본계획’과 ‘TAC(총어획허용량) 기반 어업규제 완화 시범사업“을 발표했다.


어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직권으로 어선의 숫자를 줄이겠다는 것인데(직권감척) 그 핵심 기준은 (1) 선령(어선의 나이) (2) 법령준수 등이다. 직권감척은 어민의 생존권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직권 기준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선령 기준에 의한 직권감척을 적용할 경우 오래된 어선일수록 감척될 가능성이 높다.


해수부 고시 제2001-59호(2001. 07. 30.)에 의해 동해구중형트롤 선미식 어선은 신조(新造)가 불가능하고 개조(改造)만 가능하다. 당연히 선령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오래된 선령의 배가 열등하다는 판단은 잘못된 것이다. 신조가 불가능한 선미식 어선들은 많은 개조 경비를 투자해 신조 어선보다 성능이 더 우수한 경우가 많다.


반면 현측식은 실제로는 선미식 불법조업을 오랫동안 계속해 왔지만 신조를 통해 낮은 선령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많은 돈을 들여 법을 지켜온 선미식은 법이 뺨을 때리고, 선미식 불법조업을 자행해온 현측식은 법이 떡 하나 더 준다? 말도 안 된다. 선미식과 현측식은 서로 다른 선령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지난 2001년 어민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자 오징어 관련 업종 즉 채낚기와 동해구 트롤어선, 그리고 해양수산부간의 수차례 협의와 자율조정 후 선미식은 오징어를 잡고, 현측식은 오징어 외의 기타 잡어를 잡는 합의에 도달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고시 제2001-59호(2001. 07. 30.)를 제정하면서 고시 발표 이전에 이미 허가를 받은 선미식 트롤 어선 14척은 선미식 조업을 허용하되 선박 개조만 가능하고 신조(新造 : 새롭게 건조)할 때는 현측식으로 전환된다는 단서를 붙였다. 어족자원 보호를 위한 조치였다. 동시에, 같은 목적을 위해 현측식의 선미식 개조를 불허했다.


당시 협의 과정 중에 현측식은 얼마든지 선미식 허가를 얻을 수 있었으나, 현측식은 거절했다. 선미식 개조에 돈이 많이 들어가고, 그 당시에는 오징어보다 잡어가 더 돈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오징어가 동해안의 주(主)어종이 되자 현측식은 소형선 몇 척만 제외하고 모두 선미식으로 불법 개조해 오징어를 잡았고, 동해안 어민들은 이를 단속해달라는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현측식은 적반하장 식으로 선미식 개조 허용을 주장했고 소송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며,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현측식의 선미식 개조 불허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6. 04. 14. 선고 제2004두14793 판결). 이와 거의 같은 내용의 판결은 2016년에도 있었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5두37921 판결).


직권감척 기준중 법령준수 가중치를 30%에서 20%로 하향한 것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4월 23일 민원회신을 통해 법령준수 가중치가 너무 과중하다는 어업인들의 의견이 있어 하향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15년 8월 15일 선미식으로 불법개조한 현측식 선주들을 생계형으로 특별사면해 불법기록을 삭제했다. 해양수산부는 이들의 법령준수 가중치를 제로(0)화 했다.


세상에! 오랫동안 상습적으로 불법을 자행해온 범법자들에게 "얼마나 처벌이 가혹했느냐?" 의견을 듣고 위로를 하며 "앞으로 처벌은 하는 척만 할 테니 계속 법을 어기세요!"라며 격려를 하는 꼴이다. 생계형으로 특별사면 받은 음주운전자에게 술값까지 지원하겠다는 것인가?


세상에! 이게 '나라'냐? 오랫동안 상습적으로 불법을 자행해온 현측식 선박이 최우선으로 직권감척 대상이 되도록 그 기준을 바꿔야 한다. 그게 상식이고 순리요, 법치주의이고 '나라'다.

직권감척은 '어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선행되는 목적은 '어업의 지속가능한 생산기반조성'이라고 <연근해어업의구조개선및지원에관한법률> 제1조(목적)와 제2조(정의)에서 밝히고 있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오래된 어선을 감척하더라도, 선미식과 현측식은 서로 다른 선령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또한, 더 큰 목적인 "지속가능한 생산기반조성'을 위해서는 애초 선미식과 현측식을 구분했던 목적 즉 '어족자원관리'에 충실하여 현측식의 선미식 불법조업을 엄격히 처벌해야 하고, 따라서 직권감척의 최우선 대상은 불법개조 현측식 어선이 돼야 한다.

'경쟁력 제고'와 '어족자원관리'의 목적을 논하기 전에, 이게 '나라'라면 법 질서가 최우선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그게 '나라'다운 '나라'로 가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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