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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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시를 만나다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9.05.2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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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오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에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 오세영 작가는…
전남 영광 출생. 1968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별밭의 파도 소리>, <가을 빗소리> 등. 학술저 <시론> 등. 한국시인협회 회장 역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목월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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