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어업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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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어업 정책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9.04.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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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환 울릉도 채낚기 어업인


최근 경기 불황으로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불황은 소비 위축으로 전개돼 동해안 및 울릉도 채낚기 어업인 역시 최악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 말과 올해 초 언론에서는 마치 오징어가 대풍을 이룬 것처럼 연일 보도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징어 주성어기는 7월부터 12월까지인데, 오징어 채낚기어선 대부분이 이 시기에 출어 경비조차 건지지 못했다. 

다행히 작년 12월 중순 이후부터 오징어 어장이 형성돼 다른 해보다 생산량이 많았지만, 이 시기에 잡힌 오징어는 소위 말하는 총알오징어로 크기가 작아 제대로 된 값을 받지 못했다.

이 같은 보도 속을 면밀히 살펴보면 정상적인 어로행위로 조업한 채낚기어선보다 협업조업(불법조업)을 하고 있는 부산대형트롤·동해구트롤어선들이 대부분의 오징어를 싹쓸이해 어획량이 골고루 안분되지 못하고 이들 트롤선만 고가의 어획고를 올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불법조업을 일삼는 기업형 어업인들은 관계당국에 협업조업의 합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해당 정부 부처의 대응은 어떠한가.

해양수산부 지도교섭과에서는 불법조업 어선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강화하려는 정책이 분명해 보이는 것 같다. 이는 당연한 일이며 이러한 정책이 지속적인 수산자원 관리로 이어져 결국엔 어업인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업정책과에서는 총허용어획량(TAC) 기반 어업 규제 완화 시범사업을 정책으로 내놓았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 오징어 TAC를 할당받은 채낚기어선들이 할당량의 절반도 소진하지 못하는 실정인데 지금 시점에서 제도 개선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어획량이 늘어나 배정된 물량의 할당을 초과했을 때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재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이번 오징어 TAC 기반 어업 규제 완화 시범사업 시행 전 의견수렴을 하는 기관이 수협중앙회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이는 해양수산부가 새로운 사업 시행 전 기초 자료나 의견을 수협중앙회로부터 받아 이용하려는 것이다. 수산 행정의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해양수산부가 직접 조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상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의견을 조사하는 수협중앙회 측의 입장은 해양수산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수협중앙회는 피감기관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사업이 수협중앙회의 자료 수집 및 의견수렴으로 추진된다면 새로운 사업에 나타는 부작용 등을 피감기관인 수협중앙회에 떠넘기는 식의 행정이 될까 심히 염려스럽다.

또한 걱정되는 것은 TAC 기반 어업 규제 완화 시범사업을 내세워 대형트롤선을 동경 128도 이동조업 허용 및 협업조업을 합법화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하고 아울러 동해구트롤선의 현측식 불법개조 조업방식과 광력상향 조정 또한 합법화 방향으로 추진하는 행정 꼼수가 있지 않을까 매우 염려스럽다.

지금도 대형트롤선은 VHF-DSC(초단파대 무선설비) 전원을 끈 상태로 조업하며 위치마저도 허위로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채낚기어업인 누구도 알고 있는 사항이다. 그렇다면 불법조업을 일삼는 트롤선은 어찌됐을까? 한마디로 단 한 건도 행정 처분을 받지 않고 있다. 반면 영세하고 힘없는 어업인들은 조그마한 수산업법 위반에도 엄중한 행정 처분을 받고 있다.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우리의 식량자원인 수산자원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혹 이러한 새로운 정책들이 불법이 합법화되어 우리의 소중한 수산자원을 고갈시킨다면 어장은 황폐화될 것이 자명하기에 어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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