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평화수역 조성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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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평화수역 조성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9.04.1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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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정책연구실 연구위원


1990년대 중반 이후 육상에서 충돌과 갈등이 줄어든 반면에 해양에서 갈등과 긴장 수준은 높아졌다. 남북관계에 영향을 주었던 갈등과 충돌은 해양에서 주로 발생했고, 긴장을 고조시켰던 원인은 북방한계선(NLL)이었다.

2007년 10·4 선언은 서해에서 정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려는 남한과 북한의 의지와 정책방향을 최초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10·4 선언의 핵심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은 이후 이행되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 10년 간 긴장 수준은 상승하여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으며, 금강산 관광 중단, 개성공업단지 폐쇄로 남북관계는 2000년대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4·27 선언에 북한이 ‘서해상의~’라는 공간적으로 모호한 용어 대신에 ‘북방한계선’을 수용한 것은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남북한 정상 간 합의사항 중 서해에서 평화수역 조성은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과 갈등을 마무리하겠다는 남한과 북한의 정책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한편 서해 평화수역 조성의 목적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정치적 갈등을 해결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남북한 간 평화체제 구축, 사회경제체제의 공동번영뿐만 아니라 자원과 생태계의 보호라는 미래세대를 위한 성장 동력의 유지로 확장할 수 있다. 따라서 서해평화수역 조성의 기본정책 방향은 공간적으로 육상중심, 분야에서 경제개발 중심에서 벗어나 평화·번영·보호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정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관계의 진전이 답보상태에 있지만, 서해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체제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 추진의 가능성은 높다. 한강하구 공동조사, 민간선박 운항, 학술교류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무관하게 현 단계에서 추진할 수 있는 ‘소프트 협력’ 사업이다.

현물과 현금의 북한 이전을 수반하지 않는 소프트 협력은 공동어로구역의 지정, 해주직항로 개설, 해양관광프로그램 개발, 해양보호구역 지정과 같은 과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해양자원, 생태계, 해양지형 및 수로에 대한 공동조사, 해주경제특구 개발, 한강하구 항만개발과 같은 미래 투자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 사업 등이 대표적인 소프트 협력사업이다.

소프트 협력은 남북한 간 신뢰를 구축‧강화하는 과정이다. 또한 향후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가 완화될 경우 남북협력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쌓는 과정이다. 소프트협력사업도 남북한 사회경제 여건, 동북아시아 국제정세에 따라 여러 단계가 될 수 있다. 전문가 간 상호교류, 지식과 정보의 교환, 공동조사의 실행 및 타당성 평가, 조사결과에 기초한 시나리오 수립과 추진계획 마련 등으로 세분할 수 있다.

서해평화수역 조성 사업은 특정한 공간에 평화수역을 지정하는 공간 지정정책이 아니다. 서해 지역에서 남북한 간 평화, 공동번영, 미래를 위한 가치 보호를 실현하기 위한 상징 의제이다.

따라서 서해평화수역 조성사업은 개별 사업 간 유기적 연계와 통합을 고려해 종합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 현재 여건에서 가능한 사업과 미래에 추진할 사업에 대한 준비사업 등으로 구분해 단계적 접근을 취할 때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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