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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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퇴진
  • 탁희업
  • 승인 2018.01.3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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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9일 류청로 한국어촌어항협회장이 직원들과 티타임을 하면서 이임식을 가졌다.


이날은 3년 임기 마지막날이며, 차기 이사장 공개모집이 진행중이었다. 정부 산하기관이나 단체장은 차기 단체장이 선임될 때 까지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단 하루도 넘기지 않고 물러난 것이다.


류 전 이사장은 3년의 세월동안 크고 작은 일을 겪으면서 수많은 추억과 감동을 가슴에 지니게 됐으며, 어촌과 어항, 어장의 발전을 위해 일 할 수 있었다는 것과 어업인과 함께 있어 행복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성원과 격려를 보내준 때문에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협회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과 관심을 부탁했다.


이임식 또한 조촐하게 마련됐다. 자신이 직접 직원들에게 커피를 대접하면서 마지막 인사를 한 것이다.


류 전 이사장은 퇴임과 함께 전 직장인 학교로 돌아갔지만 이마저도 정년이 한달여 정도만 남아있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후일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사장직에 미련을 두지 않은 것이다. 자신이 몸담은 조직의 발전을 위해 아름다운 퇴진을 하게 된 것이다.


산하단체나 업계단체장은 관련업계를 대표하면서 정부의 업무를 대행하기도 한다. 때문에 정치권이나 퇴직 고위공무원들의 선호도가 높다. 명예뿐만 아니라 금전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매력이 있는 자리다. 사업규모가 큰 공사나 공단의 경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특히 고위 퇴직공무원들이 필연적으로 거쳐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로인해 임기를 연장하거나 연장하기 위한 편법이 무리하게 동원되기도 한다. 실제 수산계 한 단체 임원은 임기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인사권자의 지시나 결정이 없다면서 자리에 눌러 앉아 있거나 재신임이라고 주장하며 버티고 있다. 수산계 한 단체장은 무려 15년 이상을 연임하고 있다. 개인의 능력이 탁월하거나 업계의 지지가 있다면 임기 연장을 탓할 수는 없다. 조직의 업무 공백 최소화를 위해 차기 단체장이 선임될 때 까지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잘못된 관행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주어진 임기를 채우고 미련을 두지 않고 떠나는 모습이 조직과 업계는 물론 자신을 더욱 발전시킬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나 보다 더 능력있는 후임이 올 것이라는 확신, 임기동안 최선을 다했기에 내가 없어도 조직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물러설 수 있는 것이다. 단 하루도 임기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자신과 조직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만족감 역시 높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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