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린내 진한 향기 뿜어 나오는 ‘삶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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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린내 진한 향기 뿜어 나오는 ‘삶의 현장’
  • 안현선
  • 승인 2016.12.28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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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동어시장, 정유년 새벽을 열다
반백년 세월 국내 최대 산지 위판장 위상 뽐내
‘신선한 수산물 공급’ 사명감으로 활기 넘쳐나
올해 위판고 3600억 목표…고등어 어획에 기대


분주히 돌아가던 세상이 한 박자 쉼표를 찍을 즈음, 이곳은 또 다른 하루를 열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로 삶의 생동이 넘치기 시작한다.  
1963년 미국의 원조사업으로 지어져 1973년 현 위치인 부산시 서구 남부민동으로 자리를 옮긴 뒤 반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국내 최대 산지 위판장으로서의 위상을 지켜오고 있는 ‘부산공동어시장’의 이야기다.
사방이 컴컴한 새벽녘의 부산공동어시장은 갓 잡힌 수산물의 싱싱함과 밤새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생선을 분류하는 아지매(아줌마의 부산사투리)들의 찐한 땀 내음이 뒤섞여 일상의 묘한 앙상블을 자아내고 있었다.


고된 노동, 값진 땀방울 묻어나는 곳
어업인, 중도매인, 경매사, 상인 등 부산공동어시장의 수많은 사람들은 1년 365일 중 단 며칠을 제외한 시간을 치열한 삶의 현장인 이곳,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새벽을 열고 있다.
어업인들이 공들여 잡은 수산물을 경매를 통해 제값을 매긴 다음 도·소매상을 거쳐 전국의 소비자에게 분산하기 위해서다. 
동장군의 위세가 잠시 주춤하던 지난달 21일, 그날도 어김없이 부산공동어시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새벽 6시부터 시작되는 경매 준비를 위해서다.
제철 맞은 고등어, 방어 등을 실은 어선이 공동어시장에 들어오고, 하역된 생선을 나르는 일꾼들이 쉼 없이 움직이자 어느새 텅 비어있던 시장은 곳곳마다 물건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물건을 나르는 사람들과 진열하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던 그 시각, 또 다른 공간에서는 ‘부산공동어시장의 꽃’ 경매사들이 원활한 경매 진행을 위해 사전작업에 나서고 있었다.
시장에 들어온 물건에 대해 예비조사를 충분히 해야만 경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경매사들은 사전에 경매 물품에 대한 예정가격, 상품성 평가, 당일 입하량 등을 철저하게 파악한다.
드디어 새벽 6시, 밤바다를 깨우는 뱃고동 소리마냥 경매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부산공동어시장에 울려 퍼지자 시장 한가득 비린내 진한 삶의 향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2016년 목표 위판고 달성엔 ‘아쉬움’
부산공동어시장의 경매 현장을 찾으면 위판장 가득 끝도 없이 펼쳐진 고등어를 볼 수 있다. ‘고등어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는 표현 외에는 딱히 적당한 묘사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
이날 부산공동어시장에 들어온 고등어 물량은 약 8만 상자(상자당 18kg)로, 상자 당 위판가는 1만1500~1만2000원 대에 형성됐다.
“오늘 들어온 양은 많은 편이 아닙니다. 많이 나던 때의 80% 수준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그래도 이맘때는 고등어가 많이 나는 철이라 어시장의 활기도 남다릅니다.”
10년 넘는 세월동안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경매업무를 담당해 온 윤현진 경매사의 말이다.
윤 경매사에 따르면 부산공동어시장의 성수기는 10월부터 2월까지다. 바다 수온이 내려가는 겨울철이라고 보면 된다. 이맘때면 고등어를 비롯해 대구, 적어, 방어 등 제철 수산물이 어획돼 공동어시장에 들어오는데, 그중에서도 고등어 입하량은 단연 으뜸이다. 부산공동어시장이 전국 고등어 위판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부산공동어시장의 위판능력은 하루 최대 3200톤에 이른다. 5년 평균 위판실적은 약 3801억원, 19만3673톤 수준이며, 2011년에는 역대 최고 위판실적인 4723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요 몇년 사이 상품성이 없는 망치고등어가 주로 잡혀 어업인들은 물론 부산공동어시장 식구들은 고심이다.
윤 경매사는 “씨알이 굵은 참고등어가 들어와야 위판가가 올라가고 어업인들도 흥이 날 텐데, 최근엔 상품성이 떨어지는 사료용 고등어나 살이 무른 망치고등어가 많이 잡혀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전했다.
실제 이러한 이유로 부산공동어시장은 올해 목표치 위판고를 달성하지 못했다. 2016년 영업목표로 매출 3800억원, 물량 20만톤을 계획했으나 조업 부진과 고등어 미세먼지 논란, 콜레라 파동 등으로 인한 소비하락까지 겹쳐 3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윤 경매사는 “지난해엔 비록 여러 이유로 위판실적이 좋지 못했지만, 올해엔 상황이 나아져 목표로 세운 위판고 3600억원을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올 한해도 어업인들의 이익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수산물을 안정된 가격에 공급한다는 사명감으로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미니인터뷰> 이주학 부산공동어시장 사장


올해 실시설계 거쳐 내년 첫 삽…재도약 ‘눈앞으로’

최근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 예산이 확정돼 올해 실시설계를 거쳐 내년께 첫 삽을 뜬 후 2020년께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화사업이 완료되면 위생적이고 안정적인 수산물 유통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서 관광 기능도 수행하게 된다. 이주학 부산공동어시장 사장을 만나 앞으로 추진될 현대화사업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현대화사업 예산으로 1729억원이 확정됐는데, 아쉬움은 없는지?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냉동공장과 폐수처리시설, 신재생에너지시설 등은 포함됐지만 저온경매장과 산지가공공장(FPC), 대체위판장 등과 관련된 예산은 빠져 하드웨어 쪽에만 치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 시설의 누락으로 총사업비 증액이 필요한 만큼 향후 부산시, 해양수산부와 협력해 기획재정부에 총사업비 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대체 위판장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계획인지?
△현재 현대화사업 실시설계도 안 들어갔기 때문에 관련 내역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감천국제수산물도매시장과 남항등대 인근 방파제 등을 대체부지로 활용하는 등 상권이 위축되지 않도록 위판에 지장이 없게끔 할 목표다.  
  
-유통환경 변화에 따라 부산공동어시장도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데….
△어시장이 현대화되면 위판장의 바다경매나 수작업에 의존하는 위판시스템은 개선될 것으로 본다. 여기에 단순가공 기능까지 도입하면 수산물 유통단계도 줄일 수 있다. 또한 수산물 경매 모습 등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해 수산업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시설현대화 갈등을 빚고 있는 노량진수산시장 사태에 대한 생각은?
△상인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시설현대화사업은 국비가 투입된 국책사업인 만큼 우선 입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인들이 무조건 들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기보다는, 협의를 통해 일부 수긍할 것은 수긍하고, 보완할 부분은 보완해 서로 타협점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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