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행정 이제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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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행정 이제 그만하자
  • 탁희업
  • 승인 2016.11.1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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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업체도 이유를 몰랐다.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기 까지 했다. 미래산업으로 전망되는 양식업의 첨단산업화를 위한 박람회에 시식코너가 왜 마련됐는지도 의문이다. 덴마크와 노르웨이의 첨단업체 2개만이 박람회 의도와 목적에 부합하는 정도다. 송어와 넙치, 전복, 김 관련 단체가 무료시식을 준비한 곳만 관람객들이 줄을 지어 늘어섰다.


지난 10, 1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씨팜쇼(Sea Farm Show)2016’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초라한 행사로 치부됐다. 3억원을 들여 마련된 행사치고는 홍보할 값어치조차 찾기 어려운 정도였다.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전시행정의 극치라고도 평가됐다. 46개 국내외 기관과 업체가 참가했다고 하지만 해양수산부의 강압 또는 억지로 끌려 나온 분위기였다. 중국 청도박람회에 참석했다가 귀국한 지 이들만에 다시 나온 국내 업체도 있었다.


해양수산부는 1차 산업에서 탈피해 첨단산업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정보기술과 생체기술 등 첨단기술과의 융합으로 미래산업으로 주목받는 양식산업을 소개하는 행사라고 밝혔다. 취지와 목적은 양식산업을 위해 반가운 일이다. 이러한 행사에 정부가 팔을 걷어부친것만으로도 업계로서는 반가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양식업관련 행사에 정부가 3억원이라는 돈을 내놓는 사례가 별로 없는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최초로 개최하는 행사라면 준비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계획하에 추진돼야 한다. 이번 행사는 불과 두달만에 기획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업자 선정이 한달여전에 결정되고 참가업체 모집은 행사 3-4일전까지 급하게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때문에 부스 참가비는 업체 또는 기관마다 들쭉날쭉이다.


국내외 박람회는 최소한 6개월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해외 우수 박람회의 경우 1년여전부터 개최날자가 확정돼 참가업체모집은 물론 관람객 유치 활동을 펼친다. 내년 전남 완도에서 열리는 해조류 박람회는 2년간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만남의 장이 될 수 있으려면 이러한 노력과 정성이 배어 있어야 한다.


박람회에 참가하는 업체는 부스비용뿐만 아니라 제품 개발과 포장, 바이어 상담을 위한 자료준비는 물론 박람회 기간동안 숙식 등 많은 경비가 소요된다. 준비가 되지 않으면 쉽게 참가를 결정할 수 없다. 때문에 주최측은 참가업체 모집 역시 참가에 대한 효과와 성과에 대해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줘야 한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참가하라는 것은 정책 수요자에 대한 갑질의 전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억지 춘향 격으로 참가한 행사에 얼마나 홍보 효과가 있을 것이며 상담이 이뤄지겠는가?


이제 전시 행정은 중단해야 한다.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전어굽는 냄새가 진동한다고 전어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장관이나 차관등에게 보여주는 행사라면 생산자들은 물론 소비자들도 외면할 것이다.

양식산업의 첨단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생물에 대한 기술첨단화인지, 장비에 대한 첨단산업으로 육성할 것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국내 양식산업의 발전 양상을 보여주겠다면서 3억원을 들여 잔치판을 벌려놓고 시식행사만 관심을 받는 행사라면 중단돼야 마땅하다.

특히 양식산업에 대한 정책 당국자의 의식 전환은 시급한 선결과제라고 여겨진다. 양식산업은 운영이 폐쇄적이고 규모가 영세해 대규모 외부투자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 현재의 정책 당국자들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양식생산물에 대한 직접 투자를 유도할 것인지, 생산을 위한 부대산업에 투자를 확대할 것인지, 고부가가치 품종에 대한 기술 개발과 대기업 유치를 추진할 것인지 부터 결정돼야 한다.
 
첨단화, 미래산업화를 위한 정의와 정책방향부터 명확히 해야 양식산업의 미래산업화가 가능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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