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서 은연어 외해양식 시대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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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에서 은연어 외해양식 시대 열다
  • 안현선
  • 승인 2015.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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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해수중가두리 자체 개발…연중 생산가능
동합금어망 사용으로 부착생물 문제 해결
수중양식용 자동급이장치와 순치선도 개발

연어가 인기다. 연어 통조림이 참치 통조림 자리를 꿰차고 있고, 고급레스토랑에서나 먹던 연어회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식당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한국의 연어 수입량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연어는 1만톤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2013년에는 약 1만9000톤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연어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데 반해 공급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전 세계 연어생산량의 3/4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노르웨이와 칠레의 상황이 여의치 않은 탓. 칠레의 양식 연어는 질병 발생으로 최근에야 이전 생산량을 회복하고 있으며, 최대 생산국인 노르웨이는 2010년 이후 신규 연어양식허가를 제한하고 있다.
그렇다면 급증하는 연어 수요를 국내산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강원 고성군 토성면에 위치한 ㈜동해 STF(대표이사 김동주)가 그 해답 제시에 나섰다.

150g 크기 은연어 3만 마리 입식
“현재 봉포 외해에 설치된 가두리 1기에는 은연어가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이곳 해역은 사시사철 한류가 지나고 있어 냉수성 어류인 은연어가 자리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죠. 외해양식을 통해 연중 생산에 나설 계획입니다.”
지난해 겨울 ㈜동해 STF는 지름 32m, 깊이 12m 규모의 가두리 1기를 바다에 띄었다. 은연어 양식을 위해서다. 은연어는 태평양산 연어류 중에서도 고급 종에 속하는 어종으로 맛과 식감이 일반 연어에 비해 뛰어나다.
김 대표가 은연어를 양식 품종으로 선택한 이유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연어 전량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해마다 늘어나는 연어 수요도 아이템 선정에 도움이 됐다.
이에 ㈜동해 STF 지난해 11월 150g 무게의 은연어 3만 마리가량을 입식해 현재 양성중이다. 이 은연어는 올해 5월이면 1kg가 넘는 크기로 성장해 활어로 출하가 가능하고, 가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성어는 1년이 되는 올 겨울 판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동해 STF의 은연어 양식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외해양식’이라는 점이다. 동해안은 수심이 깊고 파도가 센 탓에 그동안 가두리양식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동해 STF에서 자체 개발한 외해수중가두리의 경우 이미 시험어업을 통해 안정성을 입증했다.
이와 더불어 ㈜동해 STF 세계 최초로 연어 수중양식용 자동급이장치를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연어양식용 급이장치는 모두 바다 위에 띄어진 내만 해상가두리용이었지만, ㈜동해 STF가 선보인 이 장치는 수중에서 사료를 줄 수 있는 혁신적인 기법이다.
특히 이 회사는 은연어 해수순치와 이송이 한꺼번에 가능한 외해 순치선도 세계최초로 개발, 안정적으로 은연어를 외해까지 이송시킬 수 있을뿐더러, 인력 등의 비용절감에도 성공했다.
이처럼 ㈜동해 STF는 기본적 수중가두리 개발은 물론 수중에서의 작업이 용이하도록 부가적인 기술 개발에 나섬으로써 외해 연어, 송어양식에 필요한 유기적 통합 솔루션을 완성했다.
김 대표는 “여름에 바닷물 표면 온도가 20도 이상 오르면 부력을 조정해 원통형 그물을 수온이 낮은 수심 30m까지 내려 사계절 내내 은연어 양식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면서 “동해안이 은연어 생산의 메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동합금어망으로 성장 및 생존율 높여
㈜동해 STF 양식시스템에 또 다른 무기가 있다면 바로 동합금 어망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달 22일 봉포항을 찾았을 때 마침 항구의 넓은 공간에서는 십여 명의 어업인들이 쭉 둘러앉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언뜻 구조물을 손질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그물의 형태였고, 그것은 바로 동합금 어망이었다. 실제로 보니 규모나 소재가 그저 놀라울 따름. 동합금 어망은 현재 우리나라의 동 제조 전문기업인 (주)대창에서 자체개발에 성공한 후 동해STF로 공급하고 있다.
“동합금어망은 일반 가두리어망과는 다릅니다. 가장 큰 장점은 태풍, 적조 등 예측할 수 없는 바다환경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죠. 또 국내 양식업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적됐던 부착생물과 이로 인한 문제들을 완벽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추가로 바다에 넣을 가두리 제작 현장을 둘러보며 말을 잇는다. 그는 “동합금어망은 황동계열 소재로 돼 있어 내구성과 안전성이 매우 뛰어난데다 향균 특성까지 있어 황동어망 주변에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붙지 않는다”며 “이는 결국 어류 성장 및 생존율 향상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잠수가 자유자재로 가능한 부침식 가두리에 동합금어망을 적용한 것 역시 세계 최초일 만큼 혁신적인 기술이다.
사실 김 대표는 외해양식에 대한 깊은 경험과 애정을 지니고 있다. 그는 지난 2006년 전남 여수 거문도 삼산면에서 외해 수중가두리 양식에 도전, 능성어와 참돔, 돌돔 등을 양식해 출하 가능한 크기까지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당시 유통과정에서 판로가 확보되지 않는 등 어려움을 겪어 사업을 끝내 접어야만 했다.
김 대표는 “그 당시 판로확보 실패로 많은 손실을 입었지만, 9년여에 걸친 오랜 연구와 경험을 통해 외해 수중가두리 시스템 기술과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다”면서 “현재 가두리 제조분야는 물론 다이버, 어선 관리사, 어병·사료·품질관리사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체계적인 양식연어 관리와 품질향상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연간 2500톤 은연어 생산 가능
㈜동해 STF는 현재 운영 중인 가두리를 포함해 올 연말까지 10기의 가두리를 바다에 띄운다는 계획이다. 10기가 모두 가동될 경우 연간 2000톤~2500톤의 은연어가 생산될 전망.
김 대표는 “은연어 대량양식에 성공하면 국내 연어시장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선 수입에 의존한 연어시장이 국내시장으로 대체되면서 복잡한 유통구조가 개선돼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연어를 판매할 수 있다는 것. 또 내수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중국, 일본 등 연어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아시아 주변국으로 수출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을 이루기 위해선 지역 어업인과 동화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김 대표는 강조한다. 한 마음, 한 뜻이 돼야만 은연어 양식이 지역특화산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환으로 ㈜동해 STF는 현장인력 채용중심 원칙에 따라 신규채용 인원이 생기면 지역 어업인과 주민을 우선 채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봉포 외해수중 연어양식이 강원도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대표적인 모범사업으로 성장시키겠다”면서 “나아가 노르웨이처럼 국내 연어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입증해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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