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새고막 채묘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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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새고막 채묘 현장을 가다
  • 안현선
  • 승인 2014.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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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해주는 일, 우리는 그저 잘되길 바랄뿐이여~”

“이래 입고 왔는가?”
산지 얼마 안 된 등산복을 입고 배 위에 오른 기자를 보고 한 아주머니가 말을 건다. 수줍게 고개를 주억거리니, 아주머니가 눈빛으로 뒷말을 잇는다. ‘이 딱한 아가씨야….’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전라도 사투리가 사방에서 터지던 왁자지껄한 소란 속에 우리 얘기를 들었던 이가 있은 모양이다. 다른 아주머니가 옷 하나를 손에 덜렁덜렁 들고 오시더니 “뻘 속에 들어가면 옷 다 버려야. 이 옷으로 갈아입고 오소” 하신다. 선장실로 밀어젖히는 손을 거절할 수 없어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또 다른 분이 손에 떡이며 음료수, 옥수수 등 먹을 것을 쥐어주신다. 무조건 많이 먹어두라는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뜨거운 햇볕이 사정없이 내리쬐던 지난 11일, 기자의 파란만장했던 새고막 채묘 현장취재는 이렇게 시작됐다.

2년이란 시간이 빚어낸 새고막
소담한 어촌을 이루고 있는 전남 여수 장척마을의 선착장이 아침부터 북적인다. 새고막 채묘시설 작업에 나설 인부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신선한 활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
이날 작업에 나선 이들은 여수, 순천 등 인근지역에서도 소집됐다. 연령대도 다양했는데 주는 40~50대가 이뤘지만 앳돼 보이는 대학생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오늘 맡은 이들의 임무는 새고막 채묘시설 작업을 하는 것. 7월에 접어든 새고막이 난자를 뿜어내기 시작하면 바다에 떠다니는 유생(난자)을 미리 준비 해 놓은 그물에 붙을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작업을 말한다.
새고막 채묘 시기는 전남해양수산과학원 여수센터에서 해양환경 및 유생출현량 조사·분석결과를 통해 적기를 예보한다. 센터는 매년 7~8월 새고막 채묘시설 시기에 여자만과 순천만 해역의 원봉전·사곡·와온 등 채묘가 가능한 해역을 중심으로 유생조사를 벌이고 있다.
새고막 채묘 작업은 우선 바다 한 가운데 떠있는 바지선에서 채묘 틀을 싣는 것으로 시작된다. 채묘장이 육지에서 멀다보니 어업인들은 자신의 어장과 가까운데 바지선을 띄우고 채묘 틀을 실어 놓는다. 그러면 필요할 때 마다 손쉽게 가져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배 위에서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인부들은 각자 2인1조로 짝을 맺는다. 남자와 여자가 한 쌍이 되는 것인데, 여자가 말아져 있는 그물을 엉키지 않게 풀어나가면 남자는 그물과 연결돼 있는 대나무 대를 갯벌에 단단히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드디어 본격적인 새고막 채묘 작업 시간. 말로만 들을 땐 도통 이해 할 수 없던 작업이 실제 눈으로 보니 단박에 이해가 된다.
이렇게 채묘 된 새고막 유생은 가을 쯤 되면 작은 콩알 크기만큼 자라게 되고, 9월 20일경부터 종패를 그물에서 터는 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진다. 이를 종패 털이 작업이라 하는데, 이 종패를 양식장에 못자리 하듯 뿌려 엄지손톱만 하게 키운 다음 이것을 다시 캐내어 내년 3월부터 6월까지 성패를 키우는 양식장에 살포한다. 즉, 우리가 식탁에서 먹는 새고막은 채묘에서 수확까지 꼬박 2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종패·성패 폐사율 점점 높아져
“채묘는 한 해 농사 준비하는 것이랑 매 한가지지. 새고막 농사는 하늘이 도와야 성공할 수 있어. 정성을 다 해야 해. 여름에 태풍을 잘 견디게 단단히 채묘를 해야 하고, 그렇게 2년을 무탈하게 지나야 새고막을 생산에 성공할 수 있어.”
김장현 전국새고막양식협회장은 갯마을의 채묘는 농촌마을의 부지런한 씨뿌리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때에 맞춰 꼬막 채묘작업을 하지 않으면 한 해 농사를 망치고 마는 만큼 적기에 맞춰 유생이 그물에 잘 붙을 수 있도록 제대로 설치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올해 새고막 종패가격은 평균치를 유지했다. 1cm크기의 종패는 20kg 기준 7만5000원~8만원선에 거래됐으며, 2cm크기는 4만~5만원에 판매됐다.
김 회장은 “올해 채묘한 종패가격 미리 추정할 순 없지만, 여수센터에서 새고막 유생 상태가 좋다는 얘기를 들어 어느 정도 기대감은 가지고 있다”고 한다.
새고막은 전남지역에서 약 96%를 생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중 여수·순천지역은 전국대비 약 40%, 전남대비 약 41%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새고막은 연간 400억원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전남지역 대표 품종으로 어업인들의 소득향상에도 크게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새고막 양식어업인들은 고민이 많다. 새고막 종패와 성패 폐사율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기후변화 등으로 해수온도가 높아지니 새고막 채묘 시기가 계속 빨라지고 있다”면서 “양식순기가 단축되다 보니 폐사율이 증가하고, 먹이생물이 결핍되는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한다. 그는 또 “종패나 성패가 폐사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이유를 밝혀 내 문제점을 해결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새고막 인공종묘 대량생산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어업인들이 안정적으로 새고막 양식에 종사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고 밝힌다.
무엇하나 쉬운 과정이 없이 생산되는 새고막은 11월에 들어서면 제 세상을 만난다. 이때부터 맛이 들기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사람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새고막은 고단백, 저지방, 저칼로리 식품으로 헤모글로빈과 철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빈혈과 현기증에 효과가 좋다”면서 “특히 타우린 성분이 함유돼 있어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숙취해소에도 효능이 높은 만큼 많은 사람들이 꼭 챙겨먹는 수산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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