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대표 어묵가공공장 ‘하나식품’
상태바
강원도 대표 어묵가공공장 ‘하나식품’
  • 안현선
  • 승인 2013.12.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B

한국보다 영토도 작고 인구도 작지만, 대만 경제는 한국보다 강하다. 내세울 만한 대기업 하나 없는 대만 경제를 지탱하는 것은 튼튼하고 내실 있는 중소기업들이다. 정책적으로 육성된 중소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제몫을 해내며 대만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우리 중소기업들은 고질적인 인력난과 인재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으며, 정부가 제시하는 육성정책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술개발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성공을 거둔 우리의 중소기업들이 많다. 강원도 춘천에 소재한 하나식품(대표 오성례)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국내 넘어 세계시장까지 넘봐
강원도는 지난해부터 지역에 뿌리를 두고 20년 이상 성장해 온 향토기업을 ‘백년기업’으로 지정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선정된 강원도 백년기업은 모두 13곳.
하나식품 또한 지난 30여 년 동안 강원도를 대표하는 어묵공장으로 성장하며 지역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백년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 1983년 설립된 하나식품은 춘천시 후평동 산업단지에 위치한 400평 규모의 해썹(HACCP) 가공공장에서 30여명의 직원들이 하루 평균 6t 가량의 어묵을 생산하고 있다.
오로지 ‘소비자를 위한 어묵 만들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이 기업은 해마다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연매출 35억원을 달성, 이제는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해안지방이 아닌 내륙지에서 어묵으로 이 같은 성공을 거두기까지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는 오상우 총괄이사는 “지금의 자리는 최고 품질의 어묵만을 만들자는 회사의 방침과 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상품개발을 꾸준히 해왔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그래서 단가를 낮춰 중간 이윤을 얻으려는 중간 상인에게 단가가 높은 하나식품 어묵은 어려운 상대다. 하나식품 어묵은 단가가 맞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 정도. 하지만 수십 년 간 지켜온 자신들만의 규칙과 제품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젠 모두가 인정하는 기업이 됐다.
하나식품은 냉장육이 아닌 냉동육을 사용해 어묵을 만든다. 냉장육이 맛도 좋고 경쟁력도 뛰어날 것이라 생각되지만 오 이사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히 말한다.
오 이사의 말에 따르면 어묵의 맛은 냉장이냐, 냉동이냐를 떠나 어떤 어종의 생선살을 얼마만큼 사용하느냐에 달렸다는 것. 그 이유는 연육의 선도나 젤리 강도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하나식품의 어묵은 명태, 갈치 등 고급어종만을 사용한다.
또 저급어종의 생선살을 많이 넣기 보다는 고급어종의 생선살을 넣되 연육함유량을 적절히 조절하고, 튀길 때도 식물성 콩기름을 사용해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은 것이 핵심이다.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비결
하나식품을 대표하는 제품의 역사는 꽃표어묵에서부터 시작된다. 춘천시민뿐 아니라 화천, 양구, 인제, 가평 등지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꽃표어묵은 하나식품의 전통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1998년 갑자기 불어 닥친 IMF 파동으로 인해 회사는 최악의 상황을 몇 차례 겪게 됐고,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한 임원진은 기업의 대대적인 변혁을 꾀했다.
그 첫 번째 작업이 브랜드 이름을 바꾸는 것이었다. 하나식품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꽃표 브랜드 대신 하나자연푸드로 바꾸고, 브랜드 디자인(BI)도 꽃 대신 네잎클로버로 바꿨다. 행운이 깃들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시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익숙한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쉽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 그래서 하나식품은 강원도를 넘어 전국시장 판로개척에 뛰어들었다.
오 이사는 “강원도에서는 어묵 점유율이 100%에 육박했지만, 수도권 대비 점유량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판로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그 결과 (주)한성기업, (주)놀부, 농협무역, 대리점 등 유통업체를 30개로 늘렸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하나식품은 새로운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틈새시장을 공략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그 결과 현재도 한성기업에 지속적으로 납품되고 있는 두부어묵을 개발했다. 일본의 어묵을 벤치마킹해 만든 이 제품은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맛으로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또 웰빙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반영해 생협에 MSG나 방부제를 전혀 넣지 않은 유기농 어묵을 납품하고 있으며, 한성기업과 합작해 수출용 프리미엄 어묵을 생산하고 있다.

‘산천어 어묵’ 개발에 도전장
지난해 하나식품은 업계 최초로 ‘산천어 어묵’을 개발해 대히트를 쳤다. 화천군 산천어축제위원회 측 제안으로 개발된 이 제품은 28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성공을 거둬, 지난해 축제장을 방문한 수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사실, 산천어 어묵이 개발되기까지는 기나긴 사연이 있다. 지난 2011년 구제역 파동으로 산천어축제가 취소되자, 축제장에 넣었던 산천어를 처리할 길이 막막했다. 이에 축제위에서는 여러 콘셉트로 사업을 시도하다 하나식품에 산천어 어묵 제조를 의뢰했다.
오 이사는 “처음엔 막막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선 “바다생선이 아닌 민물생선으로 어묵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가장 컸다”며 “혹시나 싶어 경남 사천시에 있는 연육가공공장을 찾아봤으나 담당자 역시 난색을 표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연육가공공장 측에 일정한 강도의 젤리 강도만 맞춰줄 것을 요구해 실험의 실험을 거듭한 끝에 결국엔 성공해 냈다.
산천어 어묵에는 산천어 연육 27%가 함유돼 있다. 산천어가 kg당 1만2800원에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꽤 높은 함량이다. 이는 소비자를 위한 하나식품의 선택이다.
하지만 아직 산천어 어묵은 축제장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어묵을 만들 수 있는 원료가 부족하기 때문. 화천군이 축제에서 사용하는 산천어 물량은 대략 100~120t 가량인데, 축제가 끝나고 남은 고기를 합산하면 많을 땐 5~6t, 적을 땐 2~3t 밖에 안 된다. 이에 대해 오 이사는 “산천어 어묵을 원하는 곳은 있지만 물량이 확보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면서 “화천군에서 최소 10~15t의 물량을 확보해준다면 백화점 등 일부 시장에 유통할 수 있다”고 한다.
하나식품은 최근 바다송어로 만든 어묵개발에도 나섰다. 이 제품에 대한 콘셉트는 물에 오랫동안 끓여도 불지 않는 어묵을 만드는 것이다. 80%가량 완성된 이 제품은 오는 3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중국인이 어묵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중국 수출이 늘기 시작했다는 오 이사는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기업이 되기 위해 판로를 개척하는 한편, 신선한 맛을 갈구하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춰 새로운 제품 개발에 지속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소비자를 위한 어묵 만들기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안현선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