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종묘업계 점검...기술 경쟁력은 충분 채산성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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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종묘업계 점검...기술 경쟁력은 충분 채산성이 문제
  • 최춘환
  • 승인 2010.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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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종묘생산업계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관련 종묘생산 기술 등 종묘업계 자체적인 문제보다 국내 수산업계 전체의 판도 변화와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중FTA 체결에 따라 국내 수산물 소비형태가 변화하면서 어류를 비롯해 패류 해조류 등 수산종묘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고유가와 인력난 등 종묘생산을 위한 고비용 구조와 저가판매에 따른 가격경쟁력 등 종묘생산기술외적인 부분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여년간 어류종묘생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백승원 아침수산 대표(경남 거제시)는 “국내 종묘생산 기술은 궤도에 올랐다”며 “다만 유가와 자재비 상승 등에 따른 경영비 부담과 과잉생산 등에 따른 가격 하락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백 대표는 “INVE 등 유럽의 세계적인 종묘업체들도 연어 송어 대구 등 단일 어종 생산기술에 한정돼 있지만 국내 종묘업체들은 다양한 어종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경영비 등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만 제대로 이루어지면 대외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옥범 동인수산 대표(전남 함평군)도 “넙치와 전복 등이 경쟁력을 갖고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은 종묘생산기술이 우수하기 때문”이라며 “국내 종묘업계는 생산기술은 우수하지만 고유가와 인력난 등에 따라 채산성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에 따라 “민관(民官)이 협약(MOU) 체결 등을 통해 경제성을 중심으로 산업화가 가능한 어종을 개발하고 공급해야 한다”며 뱀장어와 참다랑어 등 고부가가치 어종을 예로 제시했다.

이같이 한국해산종묘협회(회장 박완규)를 중심으로 한 어류종묘생산업계는 국내 종묘생산기술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궤도 올랐기 때문에 한중FTA가 체결되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다만 참다랑어와 참돔 등 일부 어종의 경우 앞서가고 있는 일본의 기술력을 따라잡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종묘업계는 특히 종 보존과 성발육 등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통해 종묘생산기술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데는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새로운 품종 개발과 기존 종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장기적인 연구개발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종묘업계는 또 “종묘는 생물이다 보니 종묘산업은 기술력보다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며 한중FTA와 관련 자동차와 조선 등과 같이 국내 업체의 중국 유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박완규 회장은 지난 12일 부산 벡스코에서 2010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포 기간 중 열린 2010년 제2차 한국수산과학회 산학협력위원회 주관 ‘어류의 안전한 생산과 새 품종 개발’을 주제로 한 현장세미나에서 “중국 수산물 시장의 선호 아이템이 계속 바뀌고 있다”며 “이에 맞춰 국내 양식업계도 새로운 품종개발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영돈 제주대 교수는 “최근 중국 시장에서 능성어 소비증가로 가격이 폭등하면서 중국이 능성어 양식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도 원천기술 확보 및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해외 진출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나해춘 세보수산 대표(경남 통영시)는 일본의 경우 참돔 한 어종에 대해 30~40년에 걸친 장기적인 연구와 친어 확보를 통해 종을 보존하고 새로운 우수 품종을 개발하는 것을 예로 들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양식기술과 양식업은 발달돼 있으나 과학으로 치면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이나 투자가 부족하다는 게 나 대표의 진단이다.
나 대표는 새로운 참돔 품종 개발을 위해 F4 세대까지 육종을 진행했으나 경비 등을 감당할 수 없어 포기한 경험을 예로 들며 국내 종묘생산기술의 기초 부실을 지적했다.
백승원 대표는 “일본은 종묘생산을 비롯한 수산양식기술 분야에서 실패한 사례도 연구논문 등으로 자료를 남겨놓고 중요하게 관리한다”며 국가나 지자체 등 국내 수산관련 연구기관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종묘업계는 이와 함께 수산양식 대국인 중국과 FTA준비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현 단계에도 국내 종묘산업의 기본적인 통계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국과 지역별 종묘장이 몇 개인지, 종묘장 수면적과 수정란 입식량, 종묘생산량 및 방류량이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통계자료를 전체적으로 통합 관리하는 정부 기관이 없다는 것이다.
백승원 대표는 이와 관련 “현재 종묘업체가 제출하고 있는 종묘생산 확인증만 잘 취합하고 관리해도 기본적인 통계자료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며 “이들 자료를 바탕으로 정책이 수립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원이 이루어지면 한중FTA가 체결돼도 종묘업계는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지방으로 이관돼 도 단위 수산기술사업소로 개편된 수산사무소를 다시 중앙 정부로 이양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개방에 대비한 정부와 지자체의 기본적인 인식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종묘업계는 민간업계와 정부기관, 학계의 공조를 통한 한중FTA 대비를 강조하고 있다. 종묘생산기술을 포함해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정책을 지양하고 상호 정보교류와 협의를 통한 대응책 마련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박완규 회장은 “육성사업은 물론 자원 회복사업과 조성사업, 고부가가치 어종인 뱀장어 및 참다랑어와 각종 토속 어패류 등의 신품종개발사업은 종묘산업의 협조 없이 성공을 할 수 없다”며 민관 협력 체제를 강조했다.
백승원 대표는 “자동차 조선 등은 중국이 곧 따라 온다”며 “1차 산업 좀 피해가 있더라도 FTA를 체결하는 게 득이라는 생각은 먹을거리 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부족한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이와 관련 “1차 산업, 특히 먹을거리 산업은 완전히 대비해 놓고 FTA를 체결하는 선진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설명>
특집1 - 수산과학원 육종연구센터 수조에서 사육 중인 육종넙치.
특집2, 3 - 경남 통영시 욕지도 인근 참다랑어 해상가두리 양식장.
특집4 - 한국해산종묘협회의 육장종묘장 히터펌프 시연회.
특집5, 6 - 2010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포 기간 중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수산과학회 산학협력위원회 주관 ‘어류의 안전한 생산과 새 품종 개발’ 주제 현장세미나.
특집7 - 경남 통영시 산양읍 일대에 조성돼 있는 해상가두리양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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