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 위기극복 현장을 가다-⑥죽변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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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 위기극복 현장을 가다-⑥죽변수협
  • 윤창훈
  • 승인 2010.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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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문턱 낮춰 위판·대출 쌍끌이 성장

경북 울진군의 해안선 길이는 82㎞로 북쪽과 남쪽에서 잡히는 고기가 다를 정도다. 이 가운데 울진의 북쪽을 대표하는 죽변항은 8t급 소형 선박 200여 척이 드나들 수 있는 어업기지다. 이곳에서는 오징어를 비롯해 대게 문어 새우 쥐치가 주로 잡힌다. 이 중 대게는 전국 대게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 수협이 설립된 것은 지난 19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죽변수협(조합장 임병옥)은 면단위 조합으로는 드물게 무려 18개 어촌계가 소속된 큰 규모에 걸맞게 경영성과 극대화를 통해 내실을 다져나가고 있다.

반백년 역사 협동조합 내실 다져

죽변수협은 경영개선의 초점을 공격적인 마케팅과 직원 의식개선에 맞췄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수협의 예탁금은 모두 744억여 원이지만 대출금은 397억여 원에 머불과하다. 한마디로 예금은 들어오는데 대출길이 막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 수협 측은 지난해부터 수도권지역을 대상으로 대출시장 확장에 나섰지만 예대비율이 겨우 40%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조합원의 대부분이 반농 반어에 종사하다 보니 대출 문턱이 높은 수협보다 농협이나 다른 금융기관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직원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태도를 보인 것도 한몫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새로 취임한 임 조합장을 중심으로 고객유치와 직원 의식개혁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죽변수협은 지난 3월 조합 설립이후 처음으로 어촌계를 방문해 일일이 결산보고회를 가졌다. 조합원에ㅔ게 자산과 출자규모 등 경영정보를 공개하고 2년 이내에 1등급 조합으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것. 더불어 직원들을 대상으로 친절교육을 강화하고 매주 토요일 새벽마다 수협 임직원과 조합원 간에 대화의 시간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경제사업 부서 직원들은 새벽잠을 설쳐가며 출근, 어업인들의 위판업무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이에 힘입어 해마다 400억 원을 밑돌던 위판고가 올해에는 500억 원을 내다볼 정도로 급성장하는 성과를 냈다. 여기에는 어업전진기자라는 장점을 살려 외지 어선을 유치하는 꾸준한 노력들이 큰 힘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무리한 시설투자 조합살림 발목

이처럼 경제사업 기반을 다져나가면서 수협 측은 상호금융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대출은 한계에 직면했다고 판단, 수도권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올해 연말쯤에는 기존 4개 상호금융 점포 이외에도 수도권 전담팀을 꾸려 예대비율을 6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상호금융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을 바탕으로 지도사업과 출자배당 등 조합원 환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죽변수협은 지난 2005년 문을 연 대게센터를 어촌계로 넘겨 연간 5억 원에 이르는 고정자산 충당금을 절감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적극 요청하고 있다. 과거 무리한 시설투자가 조합 살림에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합 자체자금 부문만 회수되면 수협 측은 연간 8000여만 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대게센터 운영에서 손을 땔 예정이다.
이밖에 수협 측은 올해 어항 준설과 함께 오산항 위판장 준공 및 수산시장 개선사업을 벌여 조합원과 외지 어업인들의 발길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또 얼음공급 자동화 설비와 외국인 선원 숙소도 마련,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에도 충실할 방침이다.


인터뷰/임병옥 죽변수협 조합장
발상의 전환으로 수익 극대화 할 터

“수산업경영인 출신으로 5년 동안 비상임이사를 맡아오다 막상 조합장이 되고나니 협동조합 운동을 펼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죽변수협을 이끌고 있는 임병옥 조합장은 일선 현장에서 몸으로 겪은 그동안의 감회를 털어놨다. 임 조합장은 죽변수협과 합병한 법인어촌계장을 지냈으며, 한수연 울진군연합회장도 세 번이나 역임한 조직의 일꾼이다.
우선 임 조합장은 어업인과 수협직원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이들이 변해야 조합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수신고가 1000억 원인 조합에선 못 잡아도 15억 원의 수익을 내야 하는데 현재의 조직과 시스템으로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임 조합장은 지난 7월 김종수 충남대 교수를 초청, 어업인 협동운동 교육을 한 사례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강의 초입에 “면단위 시골에도 외국계 보험사가 들어와 영업하고 있는 걸 보고 놀랐다”며 “수협도 이젠 시장이 좁다는 불평만 해선 안된다”고 꼬집었다는 것.
아울러 그는 “현재 44명인 직원 중에서 2, 3명을 제외하곤 아무런 아이디어 없이 출근하고 있다”고 전제, “협동조합 개혁은 열악한 환경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어업인을 위해 일하겠다는 의식개혁 운동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사관계와 관련, 임 조합장은 “얼마 전 직원 노조가 토요일 새벽 출근 등을 문제 삼기도 했지만 어업인과 조합원이 없는 수협이 있을 수 없다는데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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