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치 혀를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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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치 혀를 조심하라
  • 남달성
  • 승인 2003.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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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올것이 오고말았다. 세치 혀가 결국 화(禍)를 자초한것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지난 2일 고건(高建)총리의 건의를 받아들여 최근 여러차례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최낙정(崔洛正)해양수산부장관을 경질했다. 따라서 崔장관은 지난달 19일 장관에 임명된 후 14일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초단명장관이란 낙인이 찍혔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그만큼 '입조심 말조심'이 강조되고 있다. 칼에 의한 상처는 쉽게 아물어도 말에 의한 상처는 가슴 깊이 박혀 좀처럼 낫지않는다.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도 없고 안했다 할 수 도 없다. 어느 신부가 젊은 과부 집에 자주 드나드는 것을 목격한 이웃 여인들이 쑥덕거리면서 소문을 퍼뜨리고 있었다. 얼마후 그 과부가 갑자기 죽었다. 암으로 죽어가는 젊은 여인을 기도로 위로하고 간병한 사실을 알게되자 비난의 헛소문을 퍼뜨린 여인들이 사과하러 신부를 찾아갔다. 신부는 아무 소리하지 않고 닭털 한움큼씩을 주며 바람에 날려버리라고 말했다.

영문을 모르는 여인들은 바람이 세차게 불때 하늘높이 닭털을 날려 보냈다. 신부는 다시 여인들에게 날려 보낸 닭털을 하나도 빠짐없이 주워 오라고 정중히 말했다. 얼굴이 붉어진 여인들이 난감해 하자 신부는 여인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내가 용서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당신네들이 지껄인 거짓 소문에 상처입고 간 영혼을 어떻게 달래고 위로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한치의 혀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 고운말 한마디가 천냥빚도 갚는다는 격언도 있다. “입과 혀는 재앙과 환난을 불러들이는 문이고 자신을 멸망시키는 도끼이다.(口舌者 禍患之門 滅身之斧也)

이처럼 입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그것이 참이든 거짓이든 미치는 파장이 적지않다. 얼마전 최낙정(崔洛正)해양수산부장관의 ‘오페라발언’에 대해 해수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네티즌들의 비난하는 글이 폭주, 지난달 29일 한때 외부접속이 차단됐다는 소식이다. 해수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지난달 26일이후 이날 오후까지 나흘간 崔장관을 옹호하는 네티즌들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 비난의 글이 6백여건이나 올랐다. . 이는 올들어 이 게시판에 게재된 전체 게시물 2천여건의 30%를 웃도는 것이었다.

‘어떤 어민’이라는 아이디를 쓴 한 네티즌은 “태풍피해를 본 어업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다니 장관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비난했다. 또 ‘대한민국’이라는 네티즌은 “우리정서와 맞지 않고 사고방식도 틀린 미국과 비교하다니 어이가 없다”고 노발대발했다. 崔장관은 지난달 26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신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대통령은 태풍때 오페라를 보면 안되나”라며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그러나 崔장관의 말바꾸기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화근(禍根)이 되고있다.

인터넷매체 업코리아는 崔장관의 발언과는 달리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은 허리케인때 골프를 한 적이 없다고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업코리아는 지난 99년 9월 허리케인 플로이드가 미국 동남부를 덮치자 뉴질랜드를 방문중이던 빌 클린턴은 하와이 체류일정을 생략하고 워싱턴으로 긴급복귀했었다. 다만 지난 96년 11월 호주방문 길에 나선 빌 클린턴이 상당히 비가 많이 내리는 가운데 하와이에서 주지사와 우중(雨中)골프를 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 崔장관이 ‘우중골프’를 ‘태풍속 골프’로 바꾸면서까지 노린 것은 무엇때문이었을까.

문제는 崔장관의 이같은 잘못된 발언이 국제적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비서실 관계자는 현지 언론을 통해 “미치지않고서야 허리케인 와중에 골프를 할 대통령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이런 태풍속에 골프를 쳤다고 말한 것은 중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빌 클린턴측은 또 崔장관의 발언 전문을 요구, “ 발언내용을 검토한 후 악의가 있으면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이처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소송제기를 언급할 정도로 화가 난 것은 ‘허리케인 속 골프’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김영남(金英南)해양수산부차관에게 임명장을 주던 지난달 29일 청와대 접견실에 있었던 세칭 ‘5인의 마린보이사건’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언론에서 지적했듯 아직 崔장관은 이같은 사건이 터지기까지 임명 10일 밖에 되지않았다. 정말 장관 수습(修習)하기에 영일이 없어야 할 그가 이처럼 톡톡 튀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의 저서 ‘공무원은 좀 튀면 안되나요“처럼 꼭 그렇게 말바꾸기를 하면서 대중들의 시선을 끌어야 하는가. 태풍 매미로 1백여명의 사상자와 5조원에 가까운 피해를 본 재해민과 어업인들은 지금 울부짖고있다.

애써 키우던 양식어류 수십억원을 하루 아침에 날린 어업인들이 부지기수다. 어선어업자와 정치망업자들도 재해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허탈에 빠져 날이면 날마다 눈물을 흘리고 술을 벗삼아 살아가는 어업인들의 절규를 외면한채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은 장관으로서 자격없는 일이다. 지난달 30일 전남 목포해양대학에서 있었던 취재기자에 대한 기피현상과 지난 1일 충북 청주에서 있었던 교사비하 발언은 평소 崔장관 주관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 의아스럽기도 하다. 이제 그는 떠났다. 지금은 너나 할 것없이 '입조심 말조심'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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