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말 바다가 싫다
상태바
이젠 정말 바다가 싫다
  • 남상석
  • 승인 2003.09.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
이태동안 철따라 번갈아 찾아온 적조와 태풍으로 만신창이가 돼버린 어업인들은 지금 가슴이 새카맣게 타들었다. 관계기관의 추정치와 본사 취재진이 피해지역을 집중적으로 현장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태풍 매미로 국내 수산업계가 입은 피해는 대략 5천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추정치이긴 하나 이 수치는 피해를 입은 어업인의 주장과 해당 기관 수산관계자나 재해집계 관계자가 어느정도 수긍할만하다. 지역별로 보면 경남 통영 1천5백억원, 남해군 6백억원, 거제시 5백억원, 기타 지역 4백억원 등 경남지역이 3천억원 정도이다. 전남지역은 이보다 조금 적은 1천3백억원 수준으로 여수시가 1천1백억원, 완도 70억원, 고흥 1백여억원 등이다. 이밖에 울릉도 등 경북지역이 2백억원, 부산시와 울산시 마산시가 합해서 5백억원 규모로 추산한다.

지난 16일 해양수산부는 총괄발표를 통해 3천2백19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잠정집계했다. 물론 집계에는 수산생물은 완전히 빠져있는 상태다. 해수부는 해면수산생물이 2억2천4백여만마리, 내수면수산생물이 8백80여만마리 유실됐다고 발표하면서 시가 산정이 어려워 피해액은 배제했다고 부연설명했다. 마리당 1천원꼴만 치더라도 족히 2천억원은 넘을테니 피해액이 5천억원이라는 사실은 가공의 숫자는 아닐것이다. 이 피해액은 2001년 기준 우리나라 양식업계가 생산한 연간총액 7천1백71억원(65만톤)의 69.7%에 해당된다. 바꾸어말해 1월초부터 8월중순까지 생산한 양식수산생물을 모두 내버린 것과 같은 효과다. 사정이 이러하니 어업인들 마음이 오죽 하겠는가. 물론 해조류 37만톤을 제외한 28만톤이 순수한 양식수산생물이고 그가운데 어류 3만톤, 갑각류 2만톤, 패류 21만톤, 기타 3만톤 등 세부적으로 구분한다면 통계는 다소 달라질수 있다.

아무튼 대부분 어업인들은 반복되는 재해가 반드시 자연의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재해가 해마다 반복된다는 것은 분명 행정력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재난관리청 설치가 단지 ‘소방‘이란 단어의 의미를 놓고 왈가왈부 하다 늦어진 것이나 적조엔 으레 황토뿌리기로 일관하는 처사 역시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에대해 재해전문가들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협조 부족 △비전문적인 수해방지대책 △공무원의 무사안일 등을 꼽고 있다. 출하를 코앞에 두고 태풍을 맞아 두눈 멀건히 뜨고 황금을 도둑맞은 어업인의 심정을 정부는 조금이라도 헤아려야 할것이다.

어업권 구조조정도 관건이다. 2001년 현재 정부가 어업인에 내준 어업권은 모두 8천5백54건, 12만2천2백18ha에 이른다. 이가운데 전남이 4천4백66건(52.2%) 8만6천2백61ha(70.6%)로 부동의 수위를 지키고 있고 경남이 1천9백25건(22.5%) 1만1천6백52ha(9.5%)로 뒤를 잇는 등 우리나라 양식업을 이끄는 두축 역할을 하고 있다. 어업권을 종별로 나누면 어류 6백62건(2천2백58ha) 패류 5천36건(4만6천1백71ha) 해조류 2천2백59건(7만2백1ha) 기타 수산생물이 5백97건(3천5백90ha)로 돼있다. 양식전문가들은 이같은 어업권이 선출직 지자체장에 의해 너무 남발됐다고 지적한다. 양식공급량이 수요를 능가하는 지금, 어느정도 어업권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어업인사이에서도 강하게 등장하고 있다. 말하자면 열명중 2~3명은 폐업보상을 받고 득을 보면서 면허를 반납하고 나머지 7~8명은 철저히 효율적 생산에 충실하자는 얘기다.

하지만 이것 역시 법과 제도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내년부터 일부 어업인을 대상으로 폐업보상을 시범적으로 실시한다지만 자칫 수박겉핥기가 되지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현행법으로 안된다면 특별법으로라도 이번 기회에 폐업보상을 강행하는 것이 정부도 득이 될것이다. 왜냐하면 어업권을 정상운영상태에서 강제회수하려면 시설물을 전액보상해야하고 수산생물은 양식어업인이 가져가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정부가 손해를 보게된다. 하지만 지금은 대다수 양식어업인들이 복구비는 커녕 얄팍한 수산생물값이라도 보상해준다면 기꺼이 면허를 내놓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만큼 경쟁력을 잃어간다는 반증이다.
아무튼 정부는 이번 기회를 구태의연한 행정으로 구조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전향적으로 발상을 전환, 어업인에게 폐업보상 선물을 안겨주는 것만이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남상석기자 nasas77@korea.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